명품백 대신 ‘경험’에 월 50만 쓴다… MZ세대 소비가 달라졌다

명품과 경험 사이에서 선택하는 MZ세대
친구 A는 평소 명품에 꽤 돈을 쓰는 편이었다. 에르메스 스카프, 샤넬 백, 구찌 로퍼까지. 그런데 올해 초부터 행동이 확 달라졌다. “명품 하나 안 샀어. 대신 제주도 공방에서 도자기 배우고, 교토에서 사케 투어 하고, 매달 다른 원데이 클래스 등록했어.” A의 말을 듣고 나니 솔직히 놀랍더라고. 명품에 쓰던 돈이면 월 50만 원은 족히 넘을 텐데.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친구가 나만 있는 게 아니다. 지인 세 명 중 두 명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 “올해는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쓰려고”라면서. 명품 쇼핑보다 여행과 클래스, 공연에 지갑을 연다는 이야기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6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2030세대의 67%가 “물건을 사는 것보다 경험을 사는 데 더 기꺼이 지출한다”고 답했다. 3년 전 42%에서 25% 포인트나 뛰었다. 명품 시장이 잠잠해진 건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경험의 시대, 왜 갑자기?

이 변화는 하루아침에 온 게 아니다.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은 ‘소유’보다 ‘기억’에 진짜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비싼 가방을 장만해도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다면 그건 먼지 쌓인 장식품일 뿐이다. 반면 가족과 함께한 짧은 여행, 친구와 함께한 요리 클래스, 혼자 즐긴 콘서트의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남았다.

트렌드모니터의 2026년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73%가 “경험을 위해 저축을 한다”고 답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도 20~30대의 문화·여가 지출 항목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의류·신발 지출은 7% 줄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변화가 ‘돈이 없어서’ 온 게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소득이 높을수록 경험 소비 비중이 컸다. 월 소득 500만 원 이상 2030세대는 소비의 61%를 여행, 클래스, 공연, 구독 같은 경험에 썼다. 백화점보다 공연 예매 사이트, 면세점보다 클래스101에 돈을 더 많이 쏟는 식이다. 돈이 있어도 더 이상 명품에 쓸 이유를 못 찾겠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경험을 파는 브랜드의 부상

시장에도 이 흐름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올해 가장 눈길을 끄는 사례는 ‘경험 구독 서비스’다.

프렌즈컬처는 매달 다른 공방 체험 키트를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2025년 말 런칭 이후 3개월 만에 구독자 4만 명을 돌파했다. 가격은 월 3만 9천 원. 명품 립스틱 하나 값에 매달 새로운 취미를 배울 수 있다는 게 매력 포인트다.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오설록의 제주 티하우스에서 진행하는 ‘티 마스터 클래스’는 예약 시작 30분 만에 마감된다. 1인당 8만 원인데도 사람들이 몰린다. 그냥 차를 사 마시는 게 아니라, 차의 유래와 우리는 법, 찻잎의 변화 과정을 배우는 경험 그 자체에 돈을 쓰는 셈이다.

보그 코리아의 2026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분석에서도 ‘경험사치(Luxury Experience)’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명품 도시락통 대신 미슐랭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경험에 투자하고, 값비싼 옷보다 여행 코스 설계에 공을 들이는 식이다.

이 흐름, 3년 후엔 어떻게 될까?

이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데 업계 분석이 모아진다. 몇 가지 이유를 들여다보면 납득이 간다.

먼저 소비 패턴은 한 번 자리 잡으면 좀처럼 돌아서지 않는다. 3년 걸쳐 쌓인 경험 중심 소비는 이미 일상의 기준이 됐다. 게다가 기술 발전이 경험의 장벽을 낮춰줬다. 온라인 클래스, 가상 투어, 큐레이션 플랫폼이 넘쳐나고, 그 덕에 ‘경험’은 더 이상 특별한 날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제품 자랑보다 ‘경험 공유’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국민일보의 2026년 3월 보도를 보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위한 소비’보다 ‘내가 진짜 즐기는 순간을 위한 소비’를 선호하는 비율이 82%였다. SNS 과시용 소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다.
요리 클래스와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
물론 모든 사람이 이 흐름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결국 돈 있어서 하는 소리”라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갑을 여는 방향이 분명히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명품 시장 성장률이 2024년 이후 매년 둔화되는 반면, 국내 문화·여가 시장 규모는 2025년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겼다.

경험사치, 어떻게 시작할까?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가장 쉬운 출발은 동네 공방의 원데이 클래스다. 네이버에 ‘원데이클래스’를 검색하면 1만 5천 원짜리 수업이 즐비하다. 도자기, 플라워, 가죽 공예, 캔들까지 선택지가 무궁무진하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지만 미뤘던 걸 딱 하나 골라보자.

한 단계 더 나가고 싶다면 경험 구독 서비스를 활용해보자. 위에서 소개한 공방 키트 구독이나, 매월 다른 책과 활동이 포함된 정기 구독 상품이 있다. 월 3~5만 원이면 1년 내내 새로운 경험을 이어갈 수 있다.

진짜 추천은 여행에 ‘목적’을 더하는 거다. 보그 코리아가 소개한 ‘글로우케이션(Glowcation)’이 대표적이다. 피부 건강과 내면의 활력을 되찾는 데 집중하는 휴가 콘셉트다. 무작정 호캉스를 가는 대신 로컬 뷰티 트리트먼트나 요가 리트릿을 포함한 일정을 짜보는 거다.

사실 이런 소비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건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니까. 하지만 경험은 그렇지 않다. 다만 연구를 보면 경험 소비가 주는 행복감의 지속 시간이 물질 소비보다 2.4배 길다는 결과가 있다. 기억은 닳지 않으니까.

핵심 요약

경험사치의 시대가 왔다. MZ세대 67%는 명품보다 경험에 더 지갑을 연다. 시장도 바뀌었다. 구독형 공방 서비스는 3개월 만에 4만 구독자를 모았고, 티 클래스는 30분 만에 매진된다. 문화·여가 시장 규모는 200조 원을 돌파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소비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오늘,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번 주말쯤. 평소 가보고 싶었던 원데이클래스 하나만 예약해보는 건 어떨까. 지금까지 미뤄왔던 취미, 가보고 싶었던 공간, 배우고 싶었던 기술. 그중 딱 하나만 골라 실행에 옮겨보자. 그 작은 선택이 2026년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첫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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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HiFineap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