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62%가 쓴다는 AI 여행, 2026년 진짜 트렌드는?

2026년 상반기,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아고다의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39%가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는데, 이건 아시아 평균인 24%보다 무려 15%p나 높은 수치다. 여권을 펼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나라, 그게 한국이다.

그런데 풍경 구경만 하려고 비행기 타던 시대는 끝났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2026년 여행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관광지 방문 대신 ‘관계’를 찾고, 패키지보다 ‘개인 취향’을 쫓고, 심지어 AI에게 일정을 맡기는 사람까지 늘고 있다.

숫자가 말해주는 2026년 여행 트렌드, 하나씩 들여다보자.

데이터 1: 한국인 41%, ‘관계’를 찾아 떠난다

스카이스캐너의 최근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의 41%가 친구 혹은 로맨스를 찾아 여권을 펼쳤다는 것. 단순히 명소를 찍고 오는 여행보다, 누군가와의 연결을 여행의 주 목적으로 삼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 흐름을 ‘여만추(여행에서의 만남 추구)’라고 부른다. 20대 직장인 김모 씨(27)는 “작년에 혼자 교토 갔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일행이랑 지금도 연락한다”면서 “그냥 볼거리 보는 거랑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임팩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를 보면 2026년 1분기 혼행(혼자 여행) 비중이 전체 해외여행의 34%를 기록했다. 2020년 21%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혼자 갔다가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다니는 ‘즉흥 합류’ 비중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2: 36%는 이미 AI에게 여행 맡긴다

2026년 여행 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 활용이다. 아고다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6%가 여행 계획에 AI를 이미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AI를 쓰겠다는 비율은 무려 62%였다.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은 챗GPT 기반 여행 추천 도구를 도입했고, 여행자들은 “오사카 4박 5일, 1인 예산 150만 원, 힐링 위주로 일정 짜줘” 같은 명령을 AI에 바로 던지고 있다.

물론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은 AI 추천이 특정 인기 여행지로 수요를 몰아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을 심화시킬 거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방영 후 해당 촬영지 방문객이 2주 만에 3배 폭증한 사례는 좋은 반례다. AI의 추천 알고리즘이 비슷한 패턴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데이터 3: ‘개취’ 여행이 대세, 중앙아시아 숙소 검색 225%↑

단순한 관광을 넘어, 취향과 관심사가 여행지를 결정하는 시대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다. 아고다의 데이터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4개국 숙박 검색량이 전년 대비 225% 급증했다. 국적기와 외항사의 중앙아시아 노선 확장이 맞물린 결과다.

100명이 100가지 여행을 간다는 의미에서 업계는 이걸 ‘초개인화 여행’이라고 명명했다. 이혼 극복 여행, 갱년기 휴양, 라켓 스포츠 휴가, 곤충 애호가 투어까지. 특정 인생 단계나 관심사를 겨냥한 맞춤형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무계획 여행(P의 여행)’ 트렌드도 합류했다.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수산나 발보사 와인메이커스 하우스 & 스파 스위트’는 예약 부담 없이 미리 준비된 ‘깜짝 여행지’를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크루즈 업계에서도 행선지를 모른 채 탑승하는 ‘미스터리 크루즈’가 인기다. 결정 피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여행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데이터 4: 스크린이 만든 여행지, 로드트립의 귀환

익스피디아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여행객의 53%가 지난 1년간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여행하고 싶어졌다고 답했다. Z세대와 밀레니얼의 81%는 실제로 콘텐츠를 보고 여행을 계획한 경험이 있다.

이른바 ‘세트 제팅(set-jetting)’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올해도 거세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 개봉으로 그리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고, 새 ‘해리 포터’ TV 시리즈가 촬영 중인 콘월, ‘폭풍의 언덕’ 영화 배경인 요크셔 무어까지(BBC). 스크린이 만들어낸 여행지가 속속 등장 중이다.

반면 힐튼의 분석에서는 또 다른 재미있는 데이터가 나왔다. 전 세계 ‘#RoadTrip’ 해시태그가 590만 건을 넘겼고, 영국인의 60%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자동차 여행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여행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대목이다. 한쪽에선 AI로 맞춤 일정을 짜고, 다른 쪽에선 지도 없이 차에 올라탄다.

이렇게 활용하세요

데이터로 보면 2026년 여행의 방향성이 꽤 선명해진다.

왜 가느냐가 어디 가느냐보다 중요해졌다. 무작정 유명 관광지를 찍는 여행보다, 자신의 취향이나 관계에 집중하는 여행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번 여행의 목적이 뭔지’부터 정해보는 걸 추천한다.

AI를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다만 AI가 추천한 여행지만 고집하지 말고, 거기에 자신만의 필터(진짜 가보고 싶은 곳, 진짜 먹고 싶은 음식)를 섞는 게 핵심이다. AI는 도구일 뿐, 여행의 주인공은 당신이다.

예산과 스타일에 따라 여행 방식을 극단적으로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돈을 아끼고 싶다면 로드트립이나 현지 마트 투어(‘마트어택’ 트렌드), 완전한 휴식을 원한다면 콰이어트케이션, 새로운 인연을 찾는다면 게스트하우스나 팬덤 스포츠 여행. 선택지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

2026년 하반기, 당신의 다음 여행은 어떤 데이터로 시작할 건가요? 혹시 이미 AI에게 물어보셨다면, 그 위에 당신만의 취향을 한 스푼 더해보는 걸 잊지 마세요. 여행의 완성은 결국 당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