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 관련 뉴스를 켜면 자주 보이는 말이 있다. “관광객 때문에 현지 주민이 떠난다”,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더미”, “인기 관광지는 더위와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솔직히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관광산업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항공 부문 배출량이 팬데믹 이전을 이미 넘어섰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한 여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거다. 지속가능한 여행이 반드시 지루하거나 불편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제대로 즐기면 여행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면 더 깊은 경험을 할 수 있고, 현지 경제에 실제 도움을 주는 소비는 묵직한 만족감을 준다. 슬로우 트래블 시장이 글로벌 관광 시장의 11% 이상 성장 중인 배경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2026년 기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여행이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실천하는지 풀어본다. 막연한 다짐이 아니라 당장 내일 떠나는 여행부터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겠다.

데이터로 보는 지속가능한 여행의 현주소
지난해 전 세계 지속가능 관광 시장 규모는 4조 달러를 넘겼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츠(Business Research Insights)의 분석에 따르면 2035년까지 연평균 18.8% 성장해 17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숫자 하나가 다 설명하는 분위기다.
더 흥미로운 건 여행객의 인식 변화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부킹닷컴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객의 83%가 지속가능성을 여행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밀레니얼과 Z세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더 높은 비율로 ‘환경을 고려한 여행’을 우선시한다는 사실이다.
세계관광기구가 분석한 또 하나의 데이터를 보자. 커뮤니티 기반 관광 프로젝트는 일반 상업 관광보다 방문객 1인당 수익이 35% 더 높다. 돈이 현지 주민에게 직접 돌아가는 구조라서 그렇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여행지를 경험한 관광객의 72%는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케냐의 마사이족 마을 방문, 코스타리카의 커피 농장 체험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반대편의 데이터도 있다. 관광산업이 전 세계 산호초 손상의 30%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운 산호초를 보겠다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산호초가 죽어가는 구조다. 이런 모순을 깨기 위한 시도가 글로벌하게 확산되는 중이다.
수치를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이 나온다. 관광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라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거다. 관광객 수를 줄이고 체류 기간을 늘리며, 소비가 현지에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드는 쪽으로 말이다.
첫걸음, 숙소 선택부터 다르게
2026년 기준 전 세계 관광객의 60%가 친환경 인증 숙소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문제는 ‘무조건 고급스러운 에코 리조트’를 떠올리면 오해가 생긴다는 점이다.
진짜 친환경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글로벌 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나 레인포레스트 얼라이언스 같은 공식 인증이 있는지 가장 먼저 확인한다. 숙소 홈페이지에서 에너지·폐기물 정책도 직접 살펴보고, 현지 직원 고용 비율이나 지역 식자재 사용 여부까지 체크하면 더 확실하다.
특히 ‘커뮤니티 기반 숙소’에 주목할 만하다. 현지 주민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나 홈스테이는 경제적 이익이 지역사회에 바로 흘러간다. 태국 치앙마이의 한 홈스테이 마을은 관광 수입의 80%를 지역 교육과 의료에 재투자한다는 사례가 유명하다.
가격 부담을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세계관광기구 설문에서 70%의 여행객은 친환경 숙소에 16~20%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대신 그만한 가치를 느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단순히 “우리는 친환경입니다”라고 쓰인 팻말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선택들
이동 수단의 재발견
비행기가 탄소발자국의 주범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한 편도 장거리 항공편이 내뿜는 탄소량은 1인당 약 1~2톤에 달한다. 이게 1년 치 자동차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비행기 타지 마”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방법을 조정할 수는 있다. 경유가 아닌 직항 노선을 선택하라. 이착륙 과정에서 연료 소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직항이 환경 부담이 훨씬 적다. 도착 후에는 기차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게 기본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고속철도는 비행기 대비 1인당 탄소배출량이 약 90% 적다.
한 번 갈 때 오래 머무는 것도 방법이다. 여행 스타일 자체를 바꾸는 거다. 1주일짜리 2번 출국보다, 2주일짜리 1번 출국이 탄소 절감 효과가 확실하다.
식사와 소비의 힘
지속가능한 여행에서 식사만큼 직접적인 선택지도 드물다. 현지 식재료로 만든 제철 음식을 먹으면 운송 거리가 짧아 탄소배출이 적다. 파리에서 수입산 연어 스테이크를 먹느니, 2km 떨어진 시장에서 산 신선한 치즈와 바게트를 먹는 쪽이 환경에도 좋고 입맛에도 좋다.
쇼핑도 마찬가지. 기념품 가게에서 중국산 마그넷을 사는 대신, 현지 공예가의 작품을 구매한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여행의 기억도 훨씬 오래간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속한 지역에서는 이런 공예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공정무역’이나 ‘현지 제작’이라는 문구가 마케팅에 악용되는 경우다. 유럽연합의 ‘그린워싱’ 규제 지침(2024년 도입)은 이런 사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자의 이름이나 작업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재생 관광, 남기는 게 아니라 채우는 여행
요즘 관광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재생 관광(regenerative tourism)’이다. ‘발자국을 남기지 말라(leave no trace)’는 소극적 개념을 넘어,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적극적 개념이다.
가장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건 보전 활동과 연결된 여행 상품이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숙박비 일부가 현지 열대우림 복원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에코로지가 큰 인기다. 인도네시아 길리 제도에서는 방문객이 산호 복원 체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활동은 단순 관광객이 아닌 ‘일시적 지역 주민’이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유럽의 경우 문화유산 보존이 결합된 사례가 많다. 이탈리아의 ‘알베르고 디푸조(Albergo Diffuso, 분산형 호텔)’는 빈집을 개조한 숙소가 마을 전체에 흩어져 있는 형태로, 관광객이 들어오면서 버려졌던 건축물이 되살아나고 지역 상권이 복원된다. 사르데냐의 한 마을에서는 이 모델 덕분에 5년 사이 인구 유출이 멈추고 귀촌 인구가 늘어났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실전 체크리스트: 이번 여름부터 바로 적용하는 5가지
- 숙소 예약 전 ‘진짜’ 친환경 인증 확인 — 그린키(Green Key), GSTC, 레인포레스트 얼라이언스 등 공신력 있는 인증 로고를 숙소 웹사이트에서 찾아본다. 없으면 의심부터 한다.
- 직항 + 대중교통 룰 — 가능하면 직항을 예약하고, 도착 후 렌터카 대신 기차·버스 이용을 기본값으로 설정한다. 유럽은 철도 패스, 한국은 기차 패스로 대부분 커버된다.
- 현지 식당 3곳 리스트업 — 출발 전 체인점이 아닌 현지 맛집을 3곳 이상 찾아둔다. 구글맵 리뷰보다 현지 블로그나 여행 커뮤니티 정보가 더 정확하다.
- 플라스틱 제로 키트 준비 — 텀블러, 장바구니, 세면도구를 여분으로 챙긴다.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대나무 빨대를 기본 제공하는 카페가 늘고 있다.
- 한 장소에 최소 3박 — 이동 횟수를 줄이면 탄소배출도 줄어들고 현지 경험의 질도 올라간다. 하루 단위로 숙소를 옮기는 일정은 과감히 버린다.

지속가능한 여행이 만드는 더 나은 미래
사실 지속가능한 여행이라는 개념 자체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당연한 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현지에서 현지 음식을 먹고, 걸어서 이동하고, 기념품은 직접 만든 걸 샀다. 그게 여행이었다. 지금 우리가 하는 건 그 가치를 다시 꺼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번 여름 휴가, 어디로 갈지 아직 안 정했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단순히 예쁜 사진을 찍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 장소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 현지인과 부딪히는 시간을 늘리는 여행.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여행자가 된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국내외 여행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날수록, 개개인의 선택 하나하나가 더 큰 영향을 가진다. 여행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방법. 지금은 그걸 고민할 때다.
이 글은 HiFineap 운영팀이 2026년 6월 기준으로 작성한 정보입니다. 정확한 사실 관계는 공식 기관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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