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는 세 번 갔어요.” 이 말이 더 이상 자랑이 아닌 시대가 왔다. 2026년, 여행 트렌드의 중심축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스카이스캐너가 발표한 트래블 트렌드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자 22,000명 중 84%가 올해 더 많이 여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방식이다. 하루에 5개 명소를 찍고 호캉스만 즐기던 여행은 이제 옛말.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며 현지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슬로우 트래블(Slow Travel)’이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일본 여행 데이터는 이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사히카와 검색량이 전년 대비 476% 폭등했고, 미야코지마는 247% 급증했다. 한국인 여행자 65%가 “다음 일본 여행은 대도시보다 소도시로 가겠다”고 답했다는 야후재팬 트래블 설문 결과도 있다.
핵심은 간단하다. 오사카 난바 거리에서 인파에 치이고, 교토 기요미즈데라 입장 줄에 1시간 기다리는 여행에 피로감을 느끼는 여행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진짜 여행은 기념품 가게를 찍고 끝나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골목을 걷고 현지 식당에서 일상을 맛보는 경험에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26년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일본 소도시 세 곳을 깊이 있게 소개한다.

가나자와 — 에도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도시
‘서쪽의 교토’라는 별명이 전혀 과하지 않은 도시다. 2차 세계대전의 폭격을 피해 에도 시대의 거리 풍경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인천에서 고마쓰 공항까지 비행시간은 약 1시간 50분. 제주항공과 대한항공이 매일 직항을 띄우고 있어 접근성이 생각보다 훨씬 좋다.
꼭 해봐야 할 4가지
겐로쿠엔 정원 –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 아침 8시에 문을 여는데, 오픈런 하지 않으면 평일에도 인파를 피하기 어렵다. 입장료는 310엔, 커피 한잔 값이면 350년 된 정원을 거닐 수 있다. ‘유가오리’라는 등롱이 있는 연못 주변이 사진 명소다. 10월 단풍 시즌이 가장 좋지만, 6월 초록빛도 못지않게 아름답다.
히가시 차야가이(동차야 거리) – 에도 시대 게이샤와 상인들이 모여 살던 거리. 지금은 금박 아이스크림(890엔)과 공방 찻집이 늘어서 있다. 늦은 오후 4시 이후에 가면 해질녘 조명이 골목을 물들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교토의 닌네자카보다 한결 여유롭다.
오미초 시장 – 가나자와의 부엌. 신선한 해산물 덮밥(카이센동)이 1,500~2,500엔이면 먹을 수 있다. 아침 9시 이전에 도착해야 긴 줄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시장 안쪽 ‘키리무리야’의 참치뱃살 덮밥은 로컬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맛집이다. 브레이크타임(오후 2~5시)을 꼭 확인하고 가라.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 유명한 ‘스위밍 풀(Leandro Erlich 작)’이 있는 현대미술관. 입장료는 기획전에 따라 1,000~1,800엔이다. 무료 전시만 보려면 상설관은 피하고, 로비에 전시된 작품들만 둘러봐도 충분하다.
예산 가이드
2박 3일 기준, 항공권 20만 원 + 숙박 30만 원(료칸 온천 1박 포함) + 식비 20만 원 + 교통비 5만 원 = 약 75만 원 선. 1박에 5만 원짜리 게스트하우스를 잡으면 50만 원 이하로도 가능하다. JR 패스를 활용하면 가나자와-교토 구간이 개별 구매 대비 30% 저렴해진다.
마쓰야마 — 온천과 귤의 도시, 그리고 ‘센과 치히로’
마쓰야마는 일본 3대 고온천 중 하나인 도고온천이 있는 도시다. 인천에서 직항으로 1시간 40분. 제주항공이 주 7회 운항하고 있다. 도착하자마자 렌터카 없이 시내버스로 모든 명소를 돌 수 있는 ‘뚜벅이 친화적인’ 도시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마쓰야마 하이라이트
도고온천 본관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유바바의 온천에 영감을 준 실제 건물이다. 1894년에 지어진 목조 3층 건물로, 일본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입욕료는 460엔(1층)부터. 2024년 대규모 보수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매주 월요일 휴관이니 주의하자.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오전 11시~오후 1시이므로,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3시 이후 방문을 추천한다.
마쓰야마 성 – 일본 12대 현존 천수각 중 하나.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 어디서든 보인다.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편도 270엔) 마쓰야마 시가지와 세토 내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 안으로 들어가려면 추가로 520엔. 해질녘 방문을 강력 추천한다.
시코쿠 무라(시코쿠 민속촌) – 마쓰야마 시내에서 버스로 35분 거리.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까지 시코쿠 각지에서 옮겨온 옛 가옥 33채를 전시한 야외 박물관이다. 입장료 600엔.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혼자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귤 스무디 투어 – 마쓰야마는 일본 귤 생산량 1위 도시다. 역 앞 상점가에서 신선 귤 스무디(350~500엔)가 시그니처 메뉴. 터미널 앞 ‘미카도 주스’ 가게가 로컬 사이에서 가장 유명하다.
하루코스 추천
도고온천 아침 입욕 → 도고 상점가 산책 → 마쓰야마 성 전망대 → 시모나다 역(인생샷 포인트) → 저녁 도고온천 재방문. 2박 3일 예산은 항공권 포함 약 65만~85만 원 선.

오카야마 — 걷기 좋은 ‘맑은 나라’
오카야마는 일조량이 풍부해서 ‘맑은 나라’로 불린다. 인천에서 직항 2시간,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이 취항 중이다. 강수량이 적어 6~7월 장마철에도 도쿄보다 맑은 날이 많다. 비 오는 날을 피해 여름 휴가를 계획한다면 오카야마가 정답이다.
오카야마에서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곳
고라쿠엔 정원 – 겐로쿠엔(가나자와), 가이라쿠엔(미토)과 함께 일본 3대 정원. 1700년에 조성된 다이묘 정원으로, 오카야마 성을 배경으로 한 산책형 정원 구조가 압권이다. 입장료 410엔. 특히 우기 직후인 7월 초의 녹음이 장관이다. 도시 정원임에도 새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 에도 시대 창고 건물이 버드나무가 늘어선 운하를 따라 줄지어 있다. 사진 찍기 좋기로 유명한 곳인데, 직접 가보니 설명이 과장되지 않았다. 특히 구라시키 강나루(나룻배) 체험은 매진이 빠르다. 도착 당일 오전에 바로 예약해야 한다. 1인 30분 500엔. 골동품 가게와 갤러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카야마 성(금오성) – 검은 외벽이 인상적인 성. 고라쿠엔에서 도보 10분 거리라 함께 묶어서 방문하기 좋다. 입장료 400엔. 성 안에는 전시관이 있고, 옥상 전망대가 시내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
소도시 여행 꿀팁 5
- 현금은 넉넉히 들고 가라. 소도시는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식당이 생각보다 많다. 오미초 시장이나 도고 상점가도 현금 위주. 편의점 ATM(세븐일레븐·로손) 수수료는 110~220엔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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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11시 30분 전에. 소도시 맛집은 브레이크타임(14~17시)이 엄격하고 저녁도 일찍 문 닫는다. 구글맵 영업시간을 저장해두고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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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IM은 출발 전에 설치해라. 소도시는 영어 안내판이 드물다. 구글맵과 번역 앱이 필수다. 공항 와이파이 잡고 설치하려면 귀찮다. 출발 전 한국에서 미리 설치해 가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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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 공항 전략을 써라. 소도시 직항이 없으면 간사이·나고야·후쿠오카 공항 입국 후 JR로 이동. 예를 들어 오사카(간사이 공항) 내려서 가나자와 JR 특급 쓰루기(약 2시간 30분, 7,320엔)로 이동하는 코스가 인기다. JR 패스(전국 7일권 29,650엔)를 사면 소도시 3~4곳을 1주일간 돌아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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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예약은 도착 당일. 구라시키 나룻배, 가나자와 인기 카이센동 가게 등은 당일 예약 필수. 호텔 프론트에 부탁하거나, 일본 식당 예약 앱 ‘테이블로그’를 활용해라.
느리게 가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다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일정이 빡빡했던 날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던 순간이다. 2026년, 여행의 패러다임은 ‘많이 보는 여행’에서 ‘깊이 머무는 여행’으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다. 스카이스캐너 CEO 브라이언 바티스타는 “여행은 단순히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온전히 누리는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의 번화가를 달리는 것도 좋지만, 가나자와의 동차야 거리에서 금박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먹고, 마쓰야마의 도고온천에서 찜질하며 하늘을 바라보고, 오카야마의 구라시키 운하에서 나룻배에 몸을 싣는 경험. 이게 바로 2026년, 진짜 여행을 아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전 글에서 정리한 일본 소도시 여행 완벽 가이드도 참고하면 좋다. 항공권·숙소·교통패스까지 실전 팁을 상세히 다뤘다.
이 글은 HiFineap.com 운영팀이 2026년 6월 기준으로 작성한 정보입니다. 여행 일정과 요금은 변동될 수 있으므로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최종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