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론부터: 미국 서부 로드트립은 LA에서 출발해 라스베이거스, 그랜드캐니언을 거쳐 세도나로 내려오는 4박5일 코스가 첫 방문자에게 가장 무난하다. 총 주행거리는 약 1,620km이고, 렌터카 비용은 보험 포함 하루 12만~16만원 수준이다. 사막 구간이 길어서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운전하기 좋은 시기다. 2026년 9월 미 국립공원청(NPS) 공시 기준으로 정리했다.
1일차: LA 도착, 렌터카 픽업과 첫날 동선
LA 도착 당일 바로 장거리 운전을 시작하면 피곤만 쌓인다. 인천에서 LA까지 11시간 남짓 비행한 상태라, 첫날은 차량 수령과 가벼운 드라이브만 잡아두는 걸 추천한다.
렌터카는 공항 픽업이 가장 편하다. LAX 픽업 라운지에서 셔틀을 타면 허츠, 에이비스를 비롯한 대형 업체 지점이 한곳에 모여 있다. 예약할 때 확인할 게 두 가지다. 충돌면책(CDW)을 렌터카 회사에서 들지, 본인 신용카드의 렌터카 보험으로 커버할지다. 카드사에 따라 해외 렌터카 차량손해면책이 기본 포함된 상품도 있어서, 예약 전에 본인 카드 안내문을 한 번 확인해보면 하루 2만~4만원씩 아낄 수 있다. 운전자를 2명으로 등록하면 하루 1만원가량 추가 비용이 붙는데, 장거리 주행이 예정되어 있다면 초보 운전자도 추가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차를 받았으면 산타모니카 피어로 향하자. LA 시내는 교통이 혼잡하고 주차비가 비싸서, 첫날에는 해변 쪽을 도는 게 부담이 적다. 게티센터는 입장료가 무료라(주차비 20달러) 오후 시간을 보내기 좋고, 저녁에는 산타모니카 3번가 프로매네이드에서 간단히 식사하고 숙소로 들어가면 된다.
2일차: LA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조슈아 트리 노을

둘째 날이 로드트립의 하이라이트다. 오전에 LA를 출발해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동쪽으로 달리면, 약 2시간 지점에 데저트 힐 프리미엄 아울렛이 나온다. 쇼핑 계획이 없다면 그냥 지나쳐도 되지만, 점심을 겸해 1시간쯤 들르면 사막 장거리 운전이 한결 가벼워진다.
여기서 잠깐, 아울렛을 나와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방향을 꺾어야 한다. 10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약 1시간 주행하면 공원 서쪽 입구인 웨스트 엔트런스가 보인다. 조슈아 트리는 차량당 30달러(7일 유효)이고, 공원 안에서 가장 유명한 전망 포인트는 키즈 뷰(Keys View)다. 해발 1,500m가 넘는 지점이라 발 아래로 코첼라밸리 전체가 펼쳐진다.
노을은 히든 밸리 트레일 근처에서 보는 게 좋다. 거대한 바위 더미와 조슈아 트리 실루엣이 석양 빛을 받으면 사진으로는 못 담는 풍경이 된다. 일몰 시각은 계절마다 다르니, 공원 공식 안내에서 그날의 일몰 시간을 확인하고 30분 전에 도착하는 걸 추천한다. 노을을 보고 라스베이거스까지는 아직 3시간 남았으니, 어두워지기 전에 62번 도로로 빠져 15번 도로를 만나는 게 안전하다.
3일차: 후버댐과 그랜드캐니언 도착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서 동쪽으로 45분쯤 달리면 후버댐이 나온다. 1936년 완공된 이 댐은 미드호를 만들었고, 댐 위를 실제로 걸어서 건널 수 있다. 무료 전망대가 잘 되어 있어서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주차는 댐 남쪽 주차빌딩(10달러)을 이용하면 된다.
후버댐을 나와 93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 킹맨(Kingman)에서 40번 도로로 갈아타면 그랜드캐니언 남쪽 입구(사우스림)까지 약 4시간이 걸린다. 중간에 윌리엄스(Williams)에서 64번 도로로 꺾어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 동선이다. 사우스림 입장료는 차량당 35달러이고 7일간 재입장이 가능하다.
그랜드캐니언 사우스림 안에서 숙소를 잡을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엘 토바 호텔(El Tovar)로, 협곡 가장자리에 자리 잡아서 객실 창밖으로 캐년을 볼 수 있다. 다만 예약이 어렵다. 그래도 마서 포인트(Mather Point)에서 일몰을 보려면 공원 안에서 하룻밤 묵는 게 훨씬 여유롭다. 공원 내 숙소는 공식 사이트에서 13개월 전부터 예약이 열리니, 일정이 확정되면 빨리 잡는 게 좋다.
4일차: 사우스림 트레킹과 세도나
아침에 해가 뜨면 리뮨 트레일(Rim Trail)을 따라 서쪽으로 걸어보자. 울타리가 잘 되어 있고 경사도 완만해서, 운동화만 있어도 1시간 코스로 즐길 수 있다. 대신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처럼 협곡 아래로 내려가는 코스는 조심해야 한다. 내려갈 때는 20분이 걸려도 올라올 때는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물을 1인당 1L 이상 챙기지 않았다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 협곡 내부는 여름에도 기온이 크게 올라간다.
오후에는 세도나로 이동한다. 그랜드캐니언에서 세도나까지는 89A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약 2시간 30분 거리인데, 이 도로 자체가 오크 크릭 캐년의 협곡을 따라가는 드라이브 코스라 경치가 좋다. 세도나는 붉은 사암 지대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미국 여행지 1위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마을 중심가인 업타운에 차를 세우고, 에어포트 메사 전망대에서 일몰을 보는 걸 추천한다.
5일차: 피닉스 복귀 vs LA 복귀
마지막 날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세도나에서 피닉스 스카이하버 공항까지는 2시간 거리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취항하는 피닉스발 직항편을 타면 편하게 귀국할 수 있다. 피닉스발 대한항공 직항이 없으면 LA까지 8시간 운전 후 귀국편을 타야 하는데, 이 경우 아침 7시에 세도나를 출발해도 오후 3시쯤 LAX에 도착한다. 비행기 시간이 저녁이라면 LA 복귀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하루 종일 운전만 하게 된다는 점은 미리 감수해야 한다.
LA 복귀를 선택한다면 중간에 팜스프링스를 들르는 걸 추천한다. 10번 도로를 타고 오다 보면 나오는 사막의 휴양 도시로,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팜스프링스 에어리얼 트램웨이가 인기다. 운전 피로를 풀 겸 1시간쯤 쉬어가면 이후 구간이 훨씬 수월하다.
차를 반납할 때는 주유를 미리 해두어야 한다. 렌터카 회사는 반납 시 주유 상태를 확인하고, 비어 있는 채로 반납하면 시세보다 2배 비싼 유류비를 청구한다. 공항 인근 주유소가 시내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서, 공항에서 10km쯤 떨어진 곳에서 미리 가득 채우고 가는 게 요령이다.
미국 서부 로드트립 준비물과 운전 팁
사막 주행이 많은 코스라 준비물과 운전 습관이 평소 해외여행과 좀 다르다. 로드트립 초보자들이 흔히 놓치는 것들만 골라 정리했다.
- 오프라인 지도: 조슈아 트리와 62번 도로 구간은 통신이 끊기는 곳이 많다. 출발 전 구글 지도에서 해당 구간을 오프라인 저장해두면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
- 셀프 주유: 미국 주유소는 대부분 셀프 방식이다. 렌터카는 보통 Regular(87) 휘발유를 쓰니, 차량 매뉴얼이나 연료 뚜껑 안쪽 표시를 확인하고 넣으면 된다. 카드 결제 시 우편번호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서, 현금 결제도 가능한 계산대를 병행해두면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 카풀레인: LA와 라스베이거스 사이 고속도로에 HOV(카풀) 차선이 있다. 2인 이상 탑승 시 이용 가능한데, 1인 주행으로 진입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 물과 선크림: 사막 지대는 체감 수분 손실이 빠르다. 차량 트렁크에 생수 2L와 선크림을 상비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 일교차 대비: 사막은 낮과 밤 기온 차가 15도 안팎으로 크다. 10월이면 낮에는 반팔, 밤에는 바람막이가 필요할 수 있다.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날짜별로 정리한 글도 있으니, 여행 짐 챙기는 법을 참고하면 짐 목록을 빠짐없이 맞출 수 있다.
마치는 글
미국 서부 로드트립은 처음이라면 일정을 빡빡하게 짜지 않는 게 핵심이다. 이 코스에서 실제로 달리는 거리는 총 1,620km에 이르고, 하루 평균 3~4시간은 운전대를 잡게 된다. 미리 여유를 두고 짜야 사막의 노을도, 협곡의 일출도 놓치지 않는다.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혼자 여행 시작하는 법에 정리한 것처럼 투어 상품을 섞는 방법도 있다. 항공권은 싸게 사는 법부터 확인해보면 본격적인 계획에 들어가기 좋다. 미국 국립공원 요금과 공원별 정보는 그랜드캐니언 공식 사이트와 조슈아 트리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