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여행한다고?” 워케이션 10개월 vs 전통여행 2주, 진짜 후기는 완전 달랐다

열대 해변 카페에서 노트북 작업하는 워케이너의 모습

“워케이션? 그냥 놀러 다니는 거랑 뭐가 달라?”

솔직히 나도 1년 전만 해도 같은 생각이었다. 회사 다니면서 여행 간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홀라풀리(Holafly)가 올해 6월 발표한 Summer Travel Report 2026 데이터를 보니, 전 세계 여행자 중 46.4%가 올해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단일 국가가 아니라 여러 국가를 묶은 장기 일정을 짜고 있다고 한다. 해외여행 자체가 늘어난 것도 놀랍지만, ‘어떻게’ 여행하는지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게 더 흥미로웠다.

직장인 두 명을 만나봤다. 한 명은 작년에 퇴사하고 10개월간 동남아와 유럽을 돌며 워케이션을 즐긴 김태준 씨(31), 다른 한 명은 전통적인 2주 휴가로 매년 한 번 해외여행을 다니는 박지은 씨(34)다. 같은 여행, 완전히 다른 선택. 진짜 후기를 들어보자.

치앙마이 워케이션 카페와 북적이는 유럽 관광지의 대비

워케이션 10개월, 김태준 씨의 하루

김태준 씨는 IT 회사에서 5년 차 개발자였다. “퇴사가 아니라 ‘안식년’이라고 생각했어요. 프리랜서로 전향했고, 첫 행선지는 태국 치앙마이였습니다.”

워케이션의 실제 루틴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오전 7시 기상,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한다. 한국 본사와의 시차(태국 -2시간) 덕분에 오전에 집중 업무를 끝내고 나면 오후는 완전히 자유시간이다. “처음 한 달은 ‘이게 진짜 여행이 맞나?’ 싶었어요. 일을 하니까요. 그런데 치앙마이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보니 다 똑같더라고요. 독일인, 미국인, 일본인 개발자들이 줄줄이 앉아서 코딩하고 있었어요.”

태준 씨가 지난 10개월간 방문한 국가는 7개국. 치앙마이(태국), 발리(인도네시아), 다낭(베트남), 리스본(포르투갈), 부다페스트(헝가리), 크라쿠프(폴란드), 도쿄(일본)다.

“국가별로 체류 기간이 달랐어요. 동남아는 한 달씩, 유럽은 2주씩. 리스본이 가장 비쌌는데, 그래도 서울 월세보다 저렴했어요. 리스본 중심가 원룸이 한 달 700유로(약 105만 원)였거든요.” 태준 씨의 월평균 생활비는 약 180만 원(숙박+식비+현지교통비 기준). 서울에서 살 때보다 80만 원 정도 적게 썼다고 한다.

Holafly 보고서는 올해 여행객들이 더 긴 일정과 다국적 경로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태준 씨의 패턴이 정확히 들어맞는 셈이다.

2주 전통여행, 박지은 씨의 선택

박지은 씨는 마케팅 회사에서 8년째 근무 중이다. 연차는 15일, 그중 해외여행에 쓰는 건 꼭 2주. “저는 여행은 여행답게 가고 싶어요. 일하면서 논다는 개념이 저한테는 오히려 스트레스예요.”

지은 씨는 올해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11일간 다녀왔다. “Holafly 데이터 보니까 일본이 세계 2위 여행지로 올랐다면서요? 저도 그 트렌드는 확인했어요. 도쿄는 정말 사람이 미어터지더라고요. 특히 시부야와 신주쿠는 현지인조차 북적댄다고 하소연할 정도였어요.”

2주 이내의 짧은 여행에서 지은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밀도’다. “하루에 최대한 많은 걸 보고 와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밤 11시까지 돌아다녔어요. 체력전이었죠.” 총경비는 11일 기준 약 350만 원(항공+숙박+식비+교통+입장료). 태준 씨의 월 생활비보다 170만 원 더 비쌌다.

“솔직히 인생에서 가장 예쁜 사진은 다 거기서 찍었어요. 그런데 돌아와서 3주는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메일 800통, 칼답 안 했다고 미움받고… 다시 가고 싶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요.”

야근하는 직장인의 지친 표정과 쌓인 서류

1년 지출로 보는 진짜 비교

항목 태준 씨 (워케이션) 지은 씨 (전통여행) 연간 여행 기간 10개월 중 7개월 여행 2주 × 2회 방문 국가 수 7개국 2개국(일본, 베트남) 월평균 생활비(여행 중) 180만 원 350만 원(11일) 연간 여행 관련 총지출 약 2,100만 원 약 700만 원 퇴사/휴직 여부 퇴사(프리랜서) 재직 중

수치만 보면 지은 씨가 훨씬 적게 썼다. 하지만 태준 씨는 10개월 동안 먹고 자고 이동하는 모든 비용을 합친 게 2,100만 원이다. 2주씩 두 번 가는 전통여행의 7일당 비용은 350만 원인데, 태준 씨는 7일당 약 42만 원만 쓰는 셈이다.

물론 워케이션에는 함정도 있다. 태준 씨가 가장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관광은 거의 못 했다”는 것. “발리에서 서핑 한 번, 도쿄에서 디즈니랜드 딱 한 번 갔어요. 대부분의 시간은 카페나 숙소에서 일했어요.”

그럼에도 태준 씨는 만족도 10점 만점에 8.5점을 줬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했어요. 발리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만난 핀란드 창업자, 부다페스트에서 맥주 마시며 야근한 날… 이런 기억은 연차로 환산이 안 되죠.”

워케이션, 누구에게 맞을까

워케이션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일의 성격’이었다.
워케이션에게 유리한 직군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번역가, 온라인 강사, 쇼핑몰 운영자처럼 인터넷만 있으면 되는 직종. 태준 씨 사례에서도 확인됐듯이 시차가 유리한 방향(한국보다 늦게 해가 뜨는 국가)으로 가면 오전 집중력도 오히려 높아진다.
워케이션에게 불리한 직군
대면 미팅, 현장 근무, 정시 출근이 필수인 직종은 아직 어렵다. 지은 씨의 말처럼 “일과 여행을 한 공간에서 해결하려면 멘탈 관리가 진짜 중요해요. 저는 아침에 ‘지금 여행 중인데 왜 일하지?’라는 괴리가 오히려 스트레스였어요.”
일본 관광청(Japan National Tourism Organization)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Holafly 데이터는 46.4%가 올해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여행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다. 그냥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거다.

워케이션을 고민한다면 체크할 4가지

하나. 직장과의 협의가 가장 먼저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회사라도 워케이션을 허용하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 태준 씨처럼 프리랜서 전환을 고려하거나, 휴직을 신청하는 게 현실적이다. 일본 도쿄는 Holafly 조사에서 글로벌 여행 도시 1위에 올랐지만, 워케이션 전용 인프라는 아직 초기 단계다.

둘. 인터넷 환경을 반드시 먼저 확인하라. 태준 씨는 베트남 다낭에서 셋째 주에 인터넷이 3일간 끊긴 적이 있다. 현지 eSIM이나 포켓와이파이를 예비로 준비하는 게 기본이다.

셋. 워케이션은 느리게 가는 여행이다. 하루에 명소 5개를 도장 깨기하듯 찍는 여행이 아니다. 같은 카페에 2주 가서 일하고, 가끔 저녁에 근처 맛집에 가는 게 전부다. 지은 씨에게는 이 템포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넷. 비용은 장기로 보면 확실히 싸다. 태준 씨의 7일당 42만 원은 전통여행(350만 원/11일)의 약 12% 수준. 단, 체류 1~2주 단위면 오히려 항공료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큰 차이가 없다.

마치는 글

워케이션이냐 전통여행이냐의 선택은 ‘무엇을 원하는가’의 문제다. 압축된 경험과 사진 한 장의 완성도를 원한다면 전통여행이 낫다. 여행지에서도 자기 일을 하고 싶다면 워케이션.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 관광청 공식 통계나 Holafly Summer Travel Report 2026 데이터를 함께 참고하면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이 글은 hifineap.com 운영팀이 2026년 6월 기준으로 작성한 정보입니다. 정확한 사실 관계는 공식 기관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